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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국
written by. 티파

*극장판 할로윈의 신부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기와라 켄지 제외 전원 생존 if

 

 

 

 

 

 

 

2022년 10월 31일, 10월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할로윈 축제의 영향으로 인해 여느 때보다 북적거리는 도쿄의 시부야 거리. 그사이 한 고층 빌딩에서는 거리와 대비되는 숨 막힐 정도로 조용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며칠 간의 협박과 사건으로 인해 혼란을 일으켜 하객 하나 없이 경찰의 보호 아래에 이루어졌던 결혼식이 결국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범인은 신부 크리스틴 리샤르. 아니, 연쇄 폭파범 플라먀. 그녀는 자신이 협박의 피해자인 것처럼 상황을 꾸며내 테러를 계획했지만 결국 코난에게 덜미를 잡혀 꼼짝없이 들키게 되었다. 그렇게 경찰을 따돌려 옥상으로 도주하던 그녀를 따라잡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코난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 보면…. 죽은 거겠지.”

 

 

 

탕- 어디선가 몰래 조준이라도 하고 있었던 건지 순식간에 날아온 총알은 정확하게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관통했다. 3년 전, 한 경찰이 쏜 은색 총알이 박혔던 그 자리에 그대로.

 

 

 

“죽긴 누가 죽었다고 그래.”

 

“크윽, 너는...!!”

 

 

 

모로후시?! 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어깨 부근부터 한순간에 퍼지는 고통에 플라먀의 인상이 팍 구기며 어깨를 부여잡았다. 플라먀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이름에 코난은 놀라며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확인했다.

 

 

 

“오랜만이야, 플라먀…. 벌써 3년 만인가?”

 

“모로후시 씨라면… 설마 아무로 씨의…!”

 

“제로가 그런 것도 알려 줬어?”

 

“하지만 분명 사망하셨다고…!”

 

“맞아. 유감스럽게도 네가 말한 모로후시 히로미츠는 죽었지만… 미도리카와 유이는 살아 있거든.”

 

 

 

모로후시? 미도리카와? 코난은 웬지 모르게 씁쓸해 보이는 모로후시의 대답이 무슨 소리인지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 채 한참 고민에 빠졌었다. 그러니까 일단 저 사람이 모로후시 씨가 아니라는 소린가? 아니, 그런 것치곤 아무로 씨가 보여 준 사진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혹시 쌍둥이? 아무로 씨한테 그런 말은 전혀 못 들었는데. 코난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자신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모든 지식을 끄집어내며 머리를 굴리던 중, 아카이에게서 들은 증인 보호 프로그램이라는 단어가 번뜩 떠올랐다. 그럼 설마…! 그런 코난의 표정을 읽은 모로후시는 입꼬리를 올려 싱긋 웃어 보였다.

 

 

 

“역시 빠르네. 제로의 협력자답다니까.”

 

“하, 지금 그렇게 시시덕거릴 여유가 있나 보지?!”

 

 

 

그럼 오늘이야말로 결판을 내 주마. 플라먀는 3년 전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려주는 모로후시의 태도도 분했지만, 그동안 제가 밤낮 꼬박 새워가며 열심히 찾았을 땐 코빼기도 비추지 않다가 이제야 나타나 자신의 계획을 망쳐놓는 그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겁도 없이 내 팔을 이렇게 만든 대가를 치르게 해 주지, 모로후시…”

 

 

 

펑-! 그 말 한마디와 함께 플라먀가 주머니에서 꺼내 던진 건 수류탄이었다. 그들이 놀라 피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한발 늦어 버린 뒤였기에 모로후시는 본능적으로 아이는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달려가 플라먀를 등진 채 코난을 감싸 안았다. 등 뒤로 폭발로 인한 파편이 튈 거라는 그의 예상과 달리 자신과 밀접했던 폭발의 위치에 비해 반동도, 피해도 전혀 없었다. 이상함을 감지한 모로후시가 슬며시 고개를 돌려 확인했을 때, 그는 깜짝 놀라 벌떡 몸을 일으켰다.

 

 

 

“제로!”

 

“미안해, 히로… 그래도 늦지는 않았지?”

 

“에, 아무로 씨! 이미 다 알고 계셨던 거예요?!”

 

 

 

수류탄의 피해를 자신이 막은 것인지 자켓 위에 뿌옇게 내리 앉은 잿가루를 털어내며 모로후시와 코난을 향해 씩 웃어 보인 후루야와 기다렸다는 듯 활짝 웃으며 코난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는 싸울 태세를 갖추는 모로후시의 모습에 이미 저를 제외하고 다 얘기가 된 듯 보이자 코난은 중간에서 물음표만 잔뜩 띄우며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 코난 군. 놀랐지? 일단 끝나고 다 설명해 줄게.”

 

 

 

일단은 저쪽 처리가 먼저니까 말이야. 후루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항복하는 척 손을 올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다 그대로 뛰어 헬기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이봐, 플라먀. 폭탄은 어디에 있지?”

 

“하, 내가 그걸 순순히 말할 것 같아?!”

 

 

 

후루야의 물음에 플라먀는 우습다는 듯 그저 헛웃음을 터뜨리고는 그들은 등진 채 헬기에 올라탔다. 자연스럽게 시동을 켜고 헬기가 떠오르는 게 느껴지자마자 휴대폰을 꺼내들어 후루야의 목에 걸린 목걸이형 폭탄의 스위치를 꾹 눌렀다. 쾅- 귀가 멍해질 정도로 큰 굉음이 울리고 헬기가 크게 기울어졌다. 헬기가 왜 갑자기? 이상함을 감지한 플라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휙 돌렸고 엔진 위치에서 폭탄이 터졌다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저도 모르게 핸들을 확 꺾었다. 하지만 이미 폭탄의 영향을 받은 엔진은 제 구실을 못 하게 되어 버려 그대로 추락할 뿐이었다.

 

 

 

“이거 찾나 봐?”

 

 

 

후루야는 제 목에 걸려 있던 가짜 폭탄을 달칵 풀어 높게 흔들어 보이며 웃어 보였다. 방금 전 폭파로 인해 제어가 되지 않는 헬기에 잔뜩 당황하던 플라먀는 후루야가 가짜를 목에 걸고 있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분노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핸들을 쾅 내리쳤다.

 

 

 

“히로, 코난 군을 부탁할게!”

 

“잠깐, 제로!”

 

 

 

후루야는 통보하듯 외치고는 그대로 달려 플라먀가 탄 헬기로 뛰어들려 했고 모로후시는 식겁하며 다급하게 그를 부르며 손목을 낚아챘다. 난간 끝에서 겨우 잡힌 그를 끌어당긴 모로후시는 놀라 쿵쿵 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저 상태로는 도망도 못 쳐, 제로. 도망친다고 해도 부상이 꽤 심해서 멀리 못 갈 거고. 아래층에 반장이랑 다른 경찰들이 대기 중이니까 거기에 맡기자. 부탁이야.”

 

 

 

모로후시의 불안이 가득 담겨 미세하게 떨리는 눈동자를 가만히 마주하던 후루야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난간에서 뒤로 물러났다. 결국, 휘청거리며 추락하던 헬기는 커다란 굉음을 내며 땅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이내 시뻘건 불길이 일렁였고 축제로 인해 북적이던 인파는 순식간에 혼비백산이 되어 대피하기 바빴고, 아래에서 대기하던 경찰들이 낙하의 충격으로 인해 쓰러진 플라먀를 체포했다. 다행히 시부야 거리 전체에 설치되어 있던 폭발 물질이 든 등불들은 플라먀의 결혼식이 진행되던 중 미리 경찰들이 전부 수거해 따로 격리해 뒀다고 한다. 그렇게 사건이 안전하게 해결되고, 다테를 통해 그 얘기를 전해 들은 후루야와 모로후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다독였다. 그 모습을 가만 보던 코난은 그 정적을 깨고 불쑥 물었다.

 

 

 

“저기, 그보다 아무로 씨…. 분명 모로후시 씨는 사망하셨다면서요?”

 

“아, 코난 군. 그건 말이지….”

 

 

 

 

 

 

 

-

 

 

 

 

 

 

 

“평화롭네….”

 

 

 

며칠 전, 그날은 매일 그의 외모를 보겠다는 여고생들로 득실득실하던 포와로에 이상하게 유독 사람이 없고 한적한 날이었다. 동료 아즈사의 결근으로 인해 혼자 풀타임은 벅차지 않을까 했던 고민도 잠시였다. 아무로, 아니 후루야는 오래간만에 느끼는 따스한 여유에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설거지를 끝마치곤 카자미에게서 온 연락을 확인했다. 답장을 다 보내놓은 후 정돈된 포와로를 쭉 돌아보다 문득 카페에 몇 달 동안 근무하며 자신의 가게에서 내린 커피는 안 마신 지 꽤 오래된 것 같은 기분이 든 후루야는 마침 브레이크 타임이니 한 잔 정도는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평소에 잘 쓰지 않던 컵까지 꺼내어 커피를 내렸다. 경찰 학교 졸업 후 돈을 모아 다 같이 주문 제작했던 컵이었다. 벌써 몇 년이나 지난 건지…. 이내 카페 가득 퍼지는 깊고 고소한 커피 향이 저절로 그를 미소 짓게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반장은 내일 퇴원이라고 했었지. 오늘은 가게 문 일찍 닫고 가서 짐 정리 좀 도와야겠는걸. 후루야는 속으로 생각하며 방금 막 내린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커피를 입에 댄 순간 맑게 딸랑거리는 종소리에 반사적으로 포와로 알바생 아무로의 미소를 띤 채 뒤를 돌았다.

 

 

 

“뭐야, 반장. 내일 퇴원이라더니 왜 벌써 왔…….”

 

 

 

쨍그랑. 제 시야에 들어서는 건 분명 내일 퇴원한다고 제게 더는 병문안을 오지 말라 당부했었던 반장, 다테였다. 후루야는 꽤 놀란 듯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다 다테의 뒤에 서 있던 뜻밖의 인물에 깜짝 놀라며 손에 들려있던 컵을 떨어뜨렸다. 모로후시 히로미츠. 히로. 까만 후드를 푹 눌러쓴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후루야는 그 실루엣만으로도 여태껏 가장 그리워했던 이가 틀림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 혹시 베르무트와 같이 변장에 능숙한 인물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 가설이 맞는다면 다테도 한패여야 했다. 아무래도 그건 말이 안 될 테지…. 하지만 아무래도 현실성 없는 상황에 후루야는 사방에 엎질러진 커피와 유리 파편은 신경도 쓰지 못한 채 그를 경계했다.

 

 

 

“후루야….”

 

“반장, 누구….”

 

“믿기 어려울 거 아는데… 모로후시다.”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반장. 히로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분명 히로는….”

 

 

 

죽었어. 확실하게 죽었어. 내 눈으로 직접 봤는데. 변함없는 사실이었지만, 차마 제 입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변장한 인물이라고 확신 짓기에는 익숙하고 그리웠던 체향이 그의 코끝을 쿡쿡 찔러댔고 분명히 머릿속에서는 그가 애타게 그리워하던 옛 친구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 오늘만 해도 자신의 꿈에 생생하게 나타났을뿐더러 그의 죽음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에 속이 울렁거리다 못해 뒤틀려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은 채 가만히 서 있다 깨진 컵을 치우기 위해 걸음을 옮기자 늘 제게 지어주던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건네는 모로후시의 모습에 후루야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미안해, 제로. 많이 기다렸지.”

 

“… 히로.”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내가, 내가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현실에 그만 북받쳐 버린 감정에 말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목이 메어왔다. 모로후시가 죽을 당시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늘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던 후루야였지만 이번만큼은 도무지 그럴 수 없었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두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흘러나와 한참 동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까 퇴원 수속 밟고 나오자마자 갑자기 뜬금없이 만난 거라 미리 귀띔해 줄 틈이 없었어…. 나도 이 녀석 때문에 다시 입원할 뻔했지 뭐냐.”

 

 

 

분위기를 풀어 보려 괜히 멋쩍게 웃으며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다테의 모습에 애써 같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모로후시였지만 후루야의 감정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아무런 걱정 없이 경찰 학교에 다니던 시절과 겹쳐 보여 그간 억눌렸던 그의 감정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어 버렸다. 경찰이 되기 위해 임했던 6개월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에 피어난 우정이 한 사람의 평생이 되었다. 모로후시는 후루야를 끌어안아 등을 찬찬히 쓸어내리다 그제야 안심이 된 듯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다테는 늘상처럼 옆에서 그 둘을 다독이며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고개를 든 둘은 서로의 눈물 젖은 모습을 가만히 마주하다 괜스레 웃음을 터뜨렸다. 후루야는 못 본 새에 키도, 덩치도 많이 큰 듯한 모로후시의 모습에 말없이 가만 바라보기만 하다 입을 열었다.

 

 

 

“히로,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실은… 라이, 아니지. 아카이에게… 도움을 좀 받았어. 정확하게 말하면 FBI에게.”

 

 

 

그의 이름이 나오자 순간 후루야의 표정이 굳어 버렸다. 제 친구를 죽게 뒀다며 그토록 원망했던 작자가 뒤에서는 이렇게 제 친구를 돕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마 받았다는 그 도움은 증인 보호 프로그램이겠지. 모로후시는 그런 후루야의 표정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증인 보호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서 그동안 완전히 다른 신분으로 미국에 살고 있었어. 일본은 어제 저녁에 들어왔고.”

 

“이제 그럼 모로후시라는 이름은 못 쓰겠네….”

 

“그렇지만 나는 미도리카와 유이라는 이름도 마음에 들어. 어떻게 보면….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기적이니까 말이야.”

 

 

 

말은 나름 밝게 얘기했지만 누구보다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로후시의 모습에 둘은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 일단은… 나중에 더 얘기하자. 여기는 어디서 그 놈들이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 응, 제로.”

 

“그래, 후루야. 몸 조심하고.”

 

 

 

서로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그들이었으니 금방 수긍하며 밖으로 나갔다. 다테의 걱정 어린 말에 후루야는 확신할 수가 없어 대답 대신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로 포와로에서의 아무로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

 

 

 

 

“제로, 너 목에….”

 

“저거… 예전에 그 빌딩에서 본 폭탄이랑 똑같은 종류 아니야? 색이 특이해서 아직도 기억하는데….”

 

“맞아, 반장. 아마 그때와 동일범인 것 같아.”

 

“대체 어쩌다가 그런 거야?”

 

 

 

어두운 지하 벙커 가운데 투명한 유리창 너머 수화기를 든 채 충격을 먹은 듯한 둘의 표정을 잠시 바라보던 후루야가 이내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마츠다를 죽인 범인을 찾아갔다가 방심했어.”

 

“제로….”

 

“나는 범인이 이걸 언제 어디서 터뜨릴지 몰라서 여기서 나갈 수가 없어. 그리고 이 폭탄이 지금 당장 터지더라도 아무도 모를 거야.”

 

“후루야, 그때 마츠다가 그랬잖아. 결국, 시간 내에 해체는 못 해서 중앙에 껌을 넣어서 두 액체가 닿는 걸 막았다고. 만약 그때 그 방식과 똑같은 형식의 폭탄이라면… 뚜껑을 열어 중앙만 막으면 되는 게 아닐까? 왜 굳이 이런 방법을….”

 

“그 방법도 정말 좋은 방법이지만… 그렇게는 못 해. 미안해, 반장. 나한테 따로 생각이 있거든.”

 

 

 

다테의 말을 잠자코 듣던 후루야가 고개를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모로후시가 단호하게 쏘아붙였다.

 

 

 

“제로, 대체 혼자 어떤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반장이 말한 방법을 제외한다면 뭐든 너무 무모하다고 생각해!”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그때처럼 범인을 놓칠 것 같아서 그래. 미안해, 히로.”

 

 

 

그 말을 끝으로 그들 사이에는 무거운 정적만이 흘렀다. 아무리 무사히 사람들을 구출했고 부상자도 없었다지만 그날 제대로 체포를 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테니까. 여러 감정이 뒤섞이는 탓에 결국 어느 하나도 입을 열지 못하고 그대로 그날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

 

 

 

 

 

무사히 종료된 상황을 확인하고는 그들은 함께 경찰청으로 향했다. 후루야의 업무 기록 파일을 잠시 가져오겠다는 이유였다.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경찰청 입구 앞에 기대어 쪼그려 앉아 있는 한 남성의 모습에 후루야는 혹시 도움이 필요한 걸까 싶어 성큼 그에게 다가갔다. 온통 까만 옷에 선글라스, 모자까지 무장한 상태라 겉으로는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태였다. 후루야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걸 발견한 남자가 느릿하게 일어서더니 후루야를 향해 달려와 와락 그를 끌어 안았다.

 

 

 

“어이, 제로. 어디 갔다 이제 오냐? 기다리다 잘 뻔했잖냐.”

 

“누구….”

 

“하아? 그새 나를 까먹기라도 한 거냐?”

 

 

 

성대가 망가지기라도 한 건지 다 죽어가는 듯한 목소리인 남성의 말을 들으며 최대한 신원 파악을 하기 위해 뚫어져라 보던 후루야의 표정이 점차 굳었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은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얼굴의 반 이상이 화상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는 분명 알아 볼 수 있었다.

 

 

 

“… 마츠다.”

 

“이제 좀 알아 보겠어?”

 

“정말 마츠다가 맞다고? 하지만 어떻게…!”

 

“2년 만에 깨서 재활 치료한다고 좀 늦었다.”

 

“…. 대체 언제부터.”

 

“눈치없는 자식…. 그 성가신 걸 누가 해체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설마…. 그제야 며칠 전 지하 벙커에서 제 목의 폭탄을 제거한 게 제 부하 직원인 카자미가 아닌 마츠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 후루야는 충격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미 예상한 반응이었는지 큭큭 웃는 마츠다의 모습에 정말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 시각 차에서 후루야를 기다리던 둘은 건물에 들어가지 않고 앞에서 누군가에게 안겨 굳어 있는 후루야의 모습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의문이 들어 결국 차에서 내려 다가갔다.

 

 

 

“제로~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뭐해.”

 

“뭐야, 히로 나리잖아. 반장도! 나 빼고 다 같이 있었던 거야?”

 

“너는 설마….”

 

“네에, 네. 맞습니다. 폭발물 처리반 에이스 마츠다 진페이. 이 사람들이 속고만 살았나? 사람을 영 못 믿네…. 근데 히로 나리, 너무 세게 안지 마. 아파, 나 그러다 죽겠어….”

 

 

 

마츠다는 씁쓸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꽉 끌어안던 모로후시의 등을 쓸어내리다 눈물이 맺혀 있는 다테까지 확인하고는 애써 더 웃으려고 노력했다. 한참 동안 정적만이 흐르던 중 결국 다테가 일부러 눈물을 덮으려 한층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 자. 추운데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선… 집으로 갈까?”

 

 

 

그렇게 다테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고 그간의 긴장이 풀리자마자 그들은 그동안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 했던 일들을 전부 쏟아낼 기세로 쉴 새 없이 웃고 울고 떠들다 결국 새벽이 꼬박 새우고서야 지쳐 잠이 들었다. 그날 네 사람은 한 가지 생각밖에 하지 못 했다. 아, 평화롭다. 이렇게 마음 놓고 말을 튼 게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하루의 끝맺음이었다.

 

 

 

 

 

-

 

 

 

 

 

‘있지, 진페이 쨩. 나 부탁이 있는데…. 만약 나중에 내가 먼저 죽으면 꽃 하나만 사 줘. 흔하게 하얀 국화 말고, 예쁜 걸로. 알겠지? 약속해.’

 

 

“…. 어이, 하기. 난 약속 지켰다?”

 

“마츠다 말 듣고 특별히 신경 써서 고른 건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하기와라.”

 

 

 

2022년 11월 7일, 시부야 테러 사건이 겨우 일단락되고 3년 전 그날처럼 다시 모인 날. 그들의 친한 친구였던 하기와라 켄지의 기일이었다. 그들은 하기와라의 텅 빈 묘 위에 샛노란 천수국을 가지런히 각자 한 송이씩 올려두고는 묵념했다. 하기와라가 농담하듯 가볍게 말한 약속을 기억해 준 마츠다 덕분에 그의 짙은 회색빛 묘 위에 꽃 네 송이가 겹쳐진 모습은 꼭 옛날의 우리를 보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서로에게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분명 다들 똑같은 다짐을 했을 것이다. 부디 네 몫까지 쭉 살아남아 있겠다고.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다고.

 

 

 

 

천수국 ; 헤어진 친구에게 보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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