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ncing with sparrow
written by. 아메트린
여전히 저녁 시간쯤의 편의점에서는, 사람들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알맞은 크기의 음량으로 들렸다. 이 편의점은 접근성이 꽤 좋다. 주변을 가볍게 훑어보아도 경찰학교만이 아니라 갓 성인이 된 청년들이 거주하기 적격인 낡은 아파트나 셰어하우스 따위를 흔히 발견할 수 있으니, 별로 이상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역시,
“엄마, 저기 엄마. 저기 좀 봐. 저 오빠들 여기 편의점에서-”
“어머, 정말이네. 주전부리라도 사러 왔나 봐.”
이런 식으로 눈총을 받는 일은, 역시 면역이 없단 말이지. 후루야가 곧잘 사용하는 칫솔 브랜드를 진열대에서 꺼내다 말고 히로미츠는 손등을 뺨에 대고 비볐다. 살그머니 눈길을 옆으로 굴려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내려다보면, 방금 막 깐 츄파츕스 사탕을 핥던 양 갈래머리 여자아이가 헤죽헤죽 웃으며 작은 손을 흔들어 인사해 보인다. 방글방글 웃는 치아는 오른쪽 위의 앞니가 새로 나는 중이라 앙증맞은 구멍이 나 있다. 아이의 손을 이끄는 어머니가 나가기 전 가볍게 목례를 한 것은 착각이 아닐 터. 건너편에서 구운 계란을 집던 하기와라도 방금 막 편의점을 나간 모녀의 말을 함께 들은 게 분명하다. 흐흥, 하면서 턱을 살짝 쥐며 웃는 것을 보면.
“이런 쪽으로는 하기와라의 면역력이 부러워…….”
“에이, 면역력까지 따질 일이야? 학교에서는 이럭저럭 지냈잖아.”
“그야 그건…, 평소에도 자주 얼굴 보는 동기들이니까 그런 거지.”
“그래도 모로후시 쨩, 이런 거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던 얼굴이었는데.”
“그, 그렇게 보였나….”
“대충 꾸미고 보니까 잘 어울리더라? 너 사실 인기 많다는 얘기 곧잘 듣지 않았어?”
“그쪽 이야기인 거야?”
“그거 말고 또 뭐가 있겠어.”
역시 여자아이들과 곧잘 어울리는 하기와라 답다고 해야 할까. 히로미츠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해 보이며 하기와라의 손에 쥐여있던 구운 계란을 받아 칫솔과 함께 플라스틱 바구니에 넣었다. 마츠다가 필요하다던 면도기와 생수병은 하기와라가 잘 챙겼고, 다테는 요즘 시험공부에 집중하느라 커피를 챙겨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책임감을 아침저녁으로 머리털부터 발끝까지 바르고 사는 듯한 그에게 캔 커피나 커피 스틱의 호의를 베풀지 못할 일도 없다. 잊은 건 없다. 여느 때처럼 계산하기 위해 계산대로 향하려는데, 츄파츕스 다섯 개가 그 위에 얹혔다. 하기와라가 적당한 농도의 애교와 스스로의 미모에 대한 자신감이 적절히 배합된 윙크를 찡긋하며 웃었다. 적당량의 당분은 도움이 돼. 친구의 격려가 담긴 따뜻한 웃음이지만, 아쉽게도 곧 다가올 중간시험의 이야기인지라 웃음으로 화답하면서도 기운이 조금은 빠져있는 것 또한 느껴진다. 편의점의 로고가 박힌 비닐봉지에 산 물건들을 집어넣고 동전 지갑을 꺼내어 딱 알맞게 5엔과 1엔짜리를 처리하고서 둘은 편의점을 나섰다.
편의점에 강도가 든 사건이 경찰학교의 학생들 덕분에 해결되었다는 뉴스는 그 일대를 늦은 봄볕처럼 나른하게 달구었다가 떠났다. 지방 신문이나 뉴스 기자가 걸음을 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가끔 방금과도 같은 상황을 마주할 때 모로후시 히로미츠는 변화의 기류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경찰학교의 학생들이나 교관들 또한 엄연한 ‘시민’이지만, 신체적으로 단련되어 있지 않을 공산이 큰 ‘일반 시민’들이 자신을 장래 ‘경찰’이 될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피부에 문질러진다. 이따금 체육복을 세탁하러 찾아오는 사람 좋아 보이는 아저씨도-토모리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던 것 같다-그 미수 사건의 피해자 중 하나였던지라, 얼굴을 볼 때마다 장차 시민들을 지켜줄 경찰이라며 반갑게 대하기도 하고. 사실 기묘한 고양감 뒤에는 현실을 비스듬히 잘라내는 듯한 회고가 함께 따라온다. 일개 학생에 불과한 자신이 섣부른 판단으로 혹시라도 일을 그르친 것은 아니었을까, 따위의. 그런데도 친구들과 자신이 숙고한 끝에 판단이 최선의 결과를 끄집어내었을 때의 쾌감이 썩 나쁘지 않았던 탓에, 가끔 히로미츠는 감기를 앓듯이 이 불가항력의 양가감정에 시달리곤 하였다. 하긴, 쳇바퀴 굴리듯 혼자 반성회를 한다고 해서 이미 저지른 일이 고쳐 써지는 법은 없다. 하기와라의 말마따나, 당분 보충이라도 하고 남은 시험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조금 더 이상적인 ‘경찰’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커지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들이 경찰학교의 정문으로 통하는 모퉁이를 돌 무렵이었다.
……삑…….
별안간 히로미츠의 로퍼를 신은 발이 우뚝 멎었다.
“하기와라…, 방금 무슨 소리 나지 않았어?”
“모로후시 쨩? 무슨 말이야?”
“작게 삑 하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아서…….”
“난 잘 모르겠는데……, 잘못 들은 거 아냐?”
“…그런가?”
……삑…….
“아, 방금 또.”
“오, 나도 들었어.”
고양이 소리, 비슷한 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들이 향한 곳은 꽤 가지런하게 벚나무 몇 그루를 심어놓은 곳이었다. 나름 학생 기숙사와 인접해 있으나, 정문과는 거리가 꽤 멀고 그다지 양지바른 곳도, 주요 시설이 자리 잡고 있는 곳도 아니어서 인적이 드문 편이었다. 벚꽃은 벌써 다 져버린 채, 연녹색 잎사귀의 채도가 점차 짙어지는 중이다. 어쨌거나 그들이 방향을 틀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소리는 전보다 훨씬 또렷한 윤곽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이건 고양이보다는 새 지저귀는 소리 같은데…?”
“그러고보니 이 주변에서 참새가 유독 자주 보인다고 느낌이라고 교장 녀석들이 말한 적은 있어. 알을 낳았네, 새끼가 부화한 것 같네, 하면서 말야.”
“알을 낳았다, 고…, 그게 언제였어?”
“그러니까 그게……, 막 입교하고 2, 3 주 정도 지났을 때였나.”
“그때라면, 지금쯤은 이소했겠네. 어쩌면 이소하다가 낙오된 새가 있는 걸지도……. 엇, 하기와라, 발!”
“우왓!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진짜 조그맣네.”
필시 하기와라 또한 히로미츠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가 곧장 발아래를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벌어지지도 않은 끔찍한 일을 상상해봤자 기분이 좋아질 턱이 없으니 그쯤에서 생각을 멈추고, 그들은 무리에서 낙오된 것을 들여다보았다. 둥지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참새는 뺨이 검지도 않고, 부리가 노란 티가 역력해 온몸으로 새끼 참새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참새가 빳빳이 모가지를 움직이며 저를 둘러싸고 있는 거인 둘의 모습이 까만 구슬 표면 같은 눈동자에 반사되었다. 하기와라가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뻗자 그 작은 것이 부리를 삐죽 내미는 듯 굴었다. 접근 금지, 더 이상 다가오면 쪼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움직임에 하기와라는 난처하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이며 손을 뻗어보려 했다.
“어떡하지. 버려진 개나 고양이를 돌본 적은 있지만 참새는 처음인데, 이 녀석 경계심도 많고…. 그래도 이 정도 경계심이라면 아직 야성이 죽진 않은 모양이니 나중에 자연으로 돌려보내줄 때도 문제는 없으려나…, 아, 진정 좀 해봐. 안 잡아먹는다니까? 몸을 살펴보지를 못하겠어. 모로후시 쨩, 네가 어떻게 좀 해볼래?”
“어, 내가……? 나한테 그렇게 맡겨도 얘는 그냥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별로 통하진 않을 것 같아….”
“혹시 모르잖아? 나보다는 조금 덜 멀대같으니까 눈곱만큼이라도 덜 무서워할지. 거기다 머리도 갈색이고.”
“참새들이 색 구분을 할 수 있진 않다고 보는데 말이지….”
“하하, 농담이야. 아, 이런 상황에서는 훨씬 더 적격인 녀석이 있는데 휴대폰이라도 갖고 올 걸 그랬네.”
“녀석이라니, 누구?”
“너도 잘 아는 걔밖에 또 누가 있겠어.”
“그 걔라는 거 내 얘기 맞냐? 하기.”
돌멩이를 툭 집어 던지는 듯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늦은 시간동안 대련하고 오기라도 한 것인지, 퀴퀴한 내를 풍기는 도복을 옆구리에 끼고 다가오는 마츠다와 후루야, 그리고 다테가 보였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신체를 단련하여 업무에 임하는 직업을 목표로 한 사람들에게서 으레 느껴지는 열기가 느껴졌다. 싫지는 않다.
“와, 후루야 쨩에다가 반장까지 같이 있네. 훈련하고 온 거야?”
“우리 교장 탑은 이 두 녀석이니까. 실력이 늘면 늘지 설마 죽겠어.”
“그보다 하기와라랑 모로후시, 너희 둘은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냐?”
“아아, 편의점 가려는 길에 우연히 모로후시 쨩이랑 가는 길이 같아서, 같이 다녀왔어. 후루야 쨩이 새 칫솔이 필요하다면서 사러 왔더라.”
“어이 제로, 너 그런 걸로 모로후시를 부려 먹냐. 그렇게 안 봤는데 친구나 부려 먹고, 인제 보니 제법 악인 태가 나는구만. 구리구리한 내가 나.”
“마츠다, 네 그 화법 은근 짜증 난다.”
“진페 쨩 남 말하는걸-.”
“시꺼.”
오니즈카 교관이 그들 다섯 명을 주시하는 이유가 대번에 설명되는 노도와 같은 대화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반장으로서 수습에 능한 다테마저도, 태풍을 잠재우기보다는 태풍이 문제가 없는 곳으로 휩쓸고 가는 쪽으로 흐름을 주도하는 일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그렇게 왁자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들은 신통하게도, 그다지 음량을 크게 키우지도 않은 히로미츠의 목소리에 바로 음을 낮추고 귀를 기울였다. 저기.
“더 겁먹은 것 같은데…….”
“뭐야, 뭔데?”
이미 하기와라와 히로미츠만으로도 말 만한 사내놈이라고 불리는 일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중 한 사람과 키가 엇비슷한 남자 하나, 조금 작지만 그럼에도 왜소한 체격이라 일컫기에는 심각한 무리 있는 남자 하나, 그리고 눈대중으로 짐작해도 2미터는 족히 넘을 것 같은 남자가 하나. 부리 끝도 까맣게 여물지 못한 새끼 참새가 긴장하기에는 충분한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하기와라와 히로미츠가 무엇을 보기 위해 그리 쪼그려 앉아있는지를 대번에 파악한 그들은 바로 입술을 앙다물었다가 한껏 목소리를 낮추어 저들끼리 속닥거렸다.
“하기. 무슨 상황이냐, 이거.”
“보는 대로야. 새 주워버린 거랑 비슷한 상황인 거지 뭐.”
“멋대로 주우면 어떡해. 아직 어미가 주변에서 얘를 찾아다닐지도 모른다고.”
“괜찮아, 주워서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참이었으니까 아직 다 주운 건 아닐…… 걸 아마.”
“아마는 또 뭐야…….”
“그래도, 이렇게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면 다른 동물들의 습격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겠군. 기력이라도 차릴 수 있게 뭐라도 먹여보는 게 어때? 딱히 날개가 부러진 곳은 없어 보이니까. 일단 따뜻한 곳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 어미 새가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에 이 근방에 있다면 울음소리로 신호를 보냈을 거고.”
“뭐야, 반장. 첫 눈에 잘 아네…….”
“잘 알기는……, 초등학생 때 교실 창문에 참새가 부딪힐 뻔한 적이 있어서 돌본 적이 있을 뿐이야. 그때 양호 선생님께 이런저런 얘기를 들은 게 좀 있거든. 새들도 달걀노른자 같은 걸 주면 잘 먹는다든가.”
“그거……, 어떤 의미로는 좀 잔인하네.”
“그러게. 사람으로 따지자면-”
“마츠다, 거기까지.”
후루야가 잽싸게 태클을 걸며 마츠다의 옆구리를 가볍게 팔꿈치로 쳤다. 당연히 마츠다는 불만스럽게 항변했지만, 이 모든 작태를 지켜보고 있는 조그마한 생물이 자신의 과잉 행동으로 다칠 수 있다는 최소한의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모양인지 그를 떨쳐내는 동세가 평소처럼 크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곳에 그대로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이지. 그리 말하며 다테가 커다란 손을 쭉 뻗었다. 손을 살짝 오므린 것만으로도 참새의 몇 배는 되는 것 같은 손아귀가 참새의 버석거리는 몸통을 쥐었을 때, 히로미츠와 마츠다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새끼 참새도 깜짝 놀란 모양인지 냉큼 다테의 손을 쪼았지만, 다테는 굵은 눈썹을 찡그렸을 뿐 그 발을 손바닥으로 받치고 천천히 일어섰다. 몸을 피하려는 듯 다테의 손가락 사이로 작달막한 것이 모가지를 길게 빼는 식의 시도를 하는 모습이 그들의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 하지만 몇 번의 부리 공격으로 힘을 빼기에는, 다테 와타루는 완력으로는 경찰학교 1위의 존재다. 결국 고집을 꺾고 시무룩한 울음이 짹…, 울렸을 때, 하기와라는 저도 모르게 절박하게 말했다.
“반장…, 찌그러뜨려 버리면 안 돼.”
“가끔 생각하는 건데 말이다……, 너네 날 뭘로 보는 거야.”
“…미안, 반장. 방금 건 나도 좀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
“후루야 너마저도…….”
점호 시간인 11시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기에, 그들은 다테의 방에서 만나기로 했다. 과연 다테의 말대로 심각한 부상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먹을 것을 제때 먹지 못해 기운을 잃고 있었던 모양이다. 설탕물을 만드는 일은 마츠다와 히로미츠가 맡았다. 자율 훈련 이후의 피곤함 때문에 발품을 팔기 귀찮았던 상황에서, 때마침 다테에게 줄 예정이었던 커피 스틱 속의 설탕이 그가 귀찮음을 감내하면서 설탕이 있을 중앙 복도로 걸음을 하는 일을 막아주었다. 계란 노른자를 지급하는 일은 하기와라에게 맡겨졌고, 따뜻이 데운 수건으로 임시 둥지 비스무레한 것을 만드는 일은 후루야가 담당하였다. 그 사이 기운이 없어 늘어진 새를 손가락 끝으로 달래고 어르는 것은 다테의 몫이었다. 다섯 명 모두에게 조금은 신선한 역할 분담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설탕물을 한 번 받아먹은 참새가 노란 부리를 마름모꼴로 쩍 벌리는 모양새를 봤을 때, 마츠다는 제 방으로 후다닥 달려가 휴대폰을 가져와야만 했다. 마츠다의 취향이 귀여운 계열이었던가? 의문이 들긴 했으나, 히로미츠는 이럭저럭 이해하기로 했다. 객관적인 판단으로도 ‘무지무지하게’ 귀여웠으니. 사람이 최소한의 모럴을 지니고 있다면 갓난아기를 보며 손가락 하나 만지기도 조심스러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라고 생각했다. 히로미츠가 조심스럽게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노른자를 떠 참새의 입 안에 넣자, 처음에는 부리 끝으로 깨작였지만 얼마 안 가서 눈빛이 바꾸며 노른자를 콕콕 쪼아먹기 시작했다. 제 새끼손톱 정도의 크기나 될까 말까 한 참새의 머리를 쓰다듬던 다테가 싱긋 웃었다. 그의 투박한 오른손 엄지 뼈 위의 살갗은 새끼 참새와의 소통의 흔적을 시사하듯 살짝 찢어져 있었다. 건강함의 반증으로 넘어가는 다테 와타루의 반장다운 아량일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모로후시 히로미츠는 생각했다. 어쩌면 저 참새가 야성의 문제 외에도, ‘아랫것’이 필요했기에 그리 도도하게 굴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이 상태로라면, 잘하면 내일모레에는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 진짜? 좀 아쉽네. 이대로 우리가 키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키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오전이랑 오후에 훈련하고 오는 사이에 이 녀석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을 할 수 있다고……. 생명을 키우는 일은 곧 그 일거수일투족을 하나같이 책임진다는 거라고.”
“흐으응, 혹시 그것도 후루야 쨩의 첫사랑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
“-여기서 엘레나 선생님이 왜 나와?!”
“진페 쨩이 다 말해주던데?”
“하. 마츠다 그 촉새 자식.”
“진페 쨩이 자기 얘기 주워들은 게 있으니까, 그걸로 쌤쌤인 셈 치래.”
“웃기고 자빠졌다고 전해줘.”
“전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말이야. 지금 오고 있네.”
다테의 방문이 제법 비장한 효과음을 동반하며 열렸다. 강의 시간이나 훈련 시간 중의 지참만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휴대폰의 소지는 자율이었다. 마침 히로가 부스러진 계란 노른자를 떠먹이는 중이었기에 지금이 절호의 셔터 찬스였다. 하지만 마츠다가 휴대폰의 카메라를 켜고 렌즈를 섣부른 속도로 가까이 들이댄 탓이었을까? 다테의 엄지 밑에서 얌전하게 머리를 맡긴 채로 만찬을 즐기던 참새가 별안간 고개를 주억거리듯 빼며 궁둥이를 내밀었다.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동물들의 날카로운 감은 인조품의 시야와 기척쯤인 우습게 감지해낼 정도였다. 참새같이 겁 많은 동물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그것을 안다고 해도, 마츠다의 표정에는 그것에 적잖고 솔직하게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까다로운 녀석이구만.”
“뭐랄까, 마츠다, 의외네.”
“뭐, 시비 거냐.”
“그야, 자기 소꿉친구마저 혀를 내두르는 분해마인 줄로만 알았지, 이런 소동물의 셔터 찬스를 노리는 이미지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달까….”
“그래. 좋아하지. 내가 아니고 치하야가.”
“치하야? 그 사람이 누군데? 마츠다의 여자친구 같은 사람?”
“역시 시비 거는 거군. 내일 도장으로 따라 나와라 제로. 아니, 도장이랄 것도 없네. 옥상으로 따라 나와라.”
“뭐가 또 시비라는 건지.”
“아서라. 너네 싸움 나 봐야 너네 몸뚱아리랑 친구 고생밖에 더 시키겠냐.”
티격태격 질리지도 않고 이어지던 공방을 지켜보던 하기와라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함락하듯 웃음보를 터뜨렸다. 아하,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어찌나 웃었는지 참새의 까만 눈이 벙찐 채로 하기와라 쪽을 쳐다보다가, 삶은 노른자가 담긴 플라스틱 숟가락과 히로미츠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듯 하였다. 히로미츠가 손가락을 쭉 뻗어 새의 뺨 언저리를 매만진 것은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새는 갑작스러운 스킨십을 피하려는 듯 뻑뻑한 움직임으로 뺨을 비틀어 외면했지만, 문득 닿은 손가락 끝이 그보다 살짝 뒷부분을 자극한 순간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의아한 히로미츠가 손가락으로 그 비슷한 부분을 한 번 더 만지자, 참새는 눈을 나른하게 감으며 하품을 쩍 했다. 노란 부리 사이로 보이는 분홍색 삼각형 모양의 혀가 색종이를 오려 붙인 듯 앙증맞아서 히로미츠는 자기 입꼬리가 올라간 줄도 눈치채지 못했다. 몇 번을 더 반복하자, 참새는 이제 히로미츠의 손가락 끝에 제 뺨 끝을 살그머니 비비기까지 하였다. 그 도중 히로미츠의 손가락 끄트머리가 깃털을 걷어내자 희한한 구멍이 보인다. 섬세한 바늘로 콕 찔러 내놓은 듯한 자그마한 구멍. 상처처럼 보이기도 하는 구멍에 놀라 히로미츠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자, 다테가 고개를 틀어 구멍을 발견하곤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내뱉었다.
“아, 그거 신경 쓰지 마라. 그냥 귀일 뿐이야.”
“…엥?”
“뭐야, 모로후시. 그렇게까지 놀랄 건 없잖아. 아마…, 그래. 새가 듣는 낮말이 저기로 간다고 생각하면 될걸.”
“…….”
“어릴 적에 양호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새들은 저기 긁어주면 좋아한다더라.”
“…….”
지나치게 인간의 귀의 형태에 익숙해진 나머지, 다른 동물들 모두가 귓구멍을 귓바퀴로 두르고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었던 걸까. 고정관념의 붕괴로 인해 넋을 놓고 있는 히로미츠는 별안간 검지손가락 끝에서 따가운 통증을 느꼈다. 까맣고 윤이 흐르는 듯한 참새의 눈동자가 히로미츠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가, 이윽고 손톱에 대고 연이어 부리를 몇 번 두드렸다. 혹시 귀를 만져주지 않는다는 시위인가? 다테의 해석 또한 히로미츠와 비슷하게 돌아갔음이 틀림없었다. 하기와라의 나긋나긋한 웃음소리에 다테의 호쾌한 폭소가 함께 섞여 드는 일 따위는 순식간에, 그리고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작은 물줄기가 큰 강을 만나 하나로 합쳐지는 것과 같은 웃음이었다. 조그마한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 마츠다가 실없이 키득키득 웃는 소리, 후루야의 미소들이 그렇듯이.
그 음색이 평온하고 즐거운 탓에, 히로미츠가 오늘 치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참새의 깃털에서부터 손 끝으로 옮겨 밴 냄새를 샤워로 씻어내리고 침대에 눕고 난 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