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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written by. 소리

“다테 형사님! 잠깐 이쪽으로…….”

현장 감식반이 다급하게 다테를 불렀다. 대화를 나누던 다카기와 함께 다가가자 감식반 앞에 놓여 있는 종이봉투가 보였다. 겉만 보고는 무엇인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지만 다테는 물고 있던 이쑤시개를 빼며 혀를 쯧 찼다. 노련한 형사의 감이었다.

“느낌이 영 불안하다, 불안해. 다카기, 시민들 대피시키고 너도 빠져 있어.”

“선배는요?”

“확인하고 바로 간다.”

“네!”

다카기가 자리를 뜬 후, 장갑을 챙겨 낀 다테와 감식반이 조심스럽게 종이봉투를 잘랐다. 안에 든 물체에 접촉하지 않도록 침착하게 오려내고 드러난 것은 그의 바람과 달리 예상하던 것과 일치했다. 다테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길어지겠구먼.”

잠시 후, 경찰 수송차량이 도착하고 다인원의 기동대원들이 한 명의 지휘 아래에 질서정연하게 현장을 정리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손끝과 무전기로 지시하던 기동대원이 현장을 눈으로 훑어보다가 다테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허구한 날 난리다 아주.”

“그러게나 말이다. 하기는?”

“준비 중. 폭탄은 무슨 종류였어?”

“플라스틱 폭탄인데 시한장치도 달려 있었어. 내가 확인했을 때 1시간 정도 남아있었으니까 이제 30분 정도겠군.”

“다른 원격장치나 도청기 같은 건 없었고?”

“일단 외부엔 없는 거 확인했어.”

“내부는 이제 내가 확인해야겠네.”

방호복을 입은 하기가 두 사람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뭐야, 너 혼자 들어가냐?”

“원래 킬존(Kill-zone)에는 한 명만 갑니다~ 도면은 받았어?”

“어. 무전기 연결하고. 5분 안에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3분이면 충분해. 다녀올게 마츠다, 반장.”

 

*

 

"아직도 입 안 열어?"

"어. 죽어도 자기가 한 거 아니란다."

"하긴, 그 범인 언뜻 보니까 그렇게 치밀해 보이진 않던데 폭탄 내부 구조는 생각보다 까다로웠어."

"그렇지. 근데 너네는 왜 여기 있는 건데?"

"반장 도와주러 왔지~"

파티션에 기대 있던 하기와라가 브이를 만든 두 손가락을 다테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그 옆에 마츠다는 무엇이 그렇게 심각한지 하기와라와 다테가 옆에서 무슨 대화를 하든 아까부터 폭탄 도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츠다, 뭐 문제 있어? 다테가 묻자 짜증 난다는 듯이 머리를 헝클이며 대답했다.

"이 구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 분명 어디서 봤는데……."

"뭐? 야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

"기억이 나야 말을 하지."

"진페이 쨩 한 달 전에 하나 처리했잖아. 그거 아냐?"

"아냐, 해체했던 거면 잊을 리가 없어. 그냥 이 도면이 익숙하단 말이야."

"빨리 기억해내 봐, 마츠다. 수사에 진전이 없다고."

"아, 거참 되게 재촉하네!"

사건의 중요 실마리를 두고 다테와 마츠다 사이에 언쟁이 오갔다. 근처에 있던 신입 형사들은 두 사람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는 눈빛을 선배들에게 보냈지만 그들은 익숙한 일인듯 무시하라는 손짓으로 답한 후 본인의 업무에 집중했다. 마츠다의 언성 높인 대답에 다테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뭐든 생각나면 바로 알려줘. 부탁이다.

 

"다테 선배!"

다카기의 다급한 부름에 세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뛰어온 듯 숨을 고르는 다카기에게 무슨 일이냐 물었지만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의 뒤로 수사1과를 찾아온 다른 방문객을 발견하였다.

"하… 암만 조사해도 뭐가 안 나오더라니."

"어이 반장. 뭐든 생각나면 바로 말하랬지."

"어. 근데 이제 나도 알겠다."

구두 소리를 내며 들어 온 이가 다테 앞에 멈춰 섰다.

"다테 형사."

"예, 무슨 일이십니까. 공안부에서."

다소 심기 불편한 어투로 대답하자 카자미의 눈썹이 미세하게 들썩거렸다. 그러나 티 내지 않고 준비해온 서류를 다테 앞에 내밀었다.

"지금 수사 1과에서 조사하고 있는 건은 공안 담당 사건입니다. 지금 즉시 수사를 멈추고 관련 조서를 폐기하라는 상부의 명령입니다."

"이거 권력 남용 아닌가?"

카자미가 건넨 서류를 마츠다가 먼저 잡아챘다. 대충 읽어내리는 척하다가 마지막에 찍힌 익숙한 인장을 알아보고 혀를 찼다. 그럼 그렇지. 그 옆에서 하기와라도 같은 것을 보고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공안 양반, 무전기 좀 빌립시다."

뻔뻔하게 요구하는 마츠다에 카자미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 당신은 수사 1과 소속이 아닌 걸로 아는데요."

"빠지라고 빠질 성격이 아니라서 내가."

"수사과와 공안부의 문제지 폭발물 처리반이 관여할,"

"그 폭탄 도면. 내가 어디서 봤다 했더니 전에 누가 보여준 적이 있었어."

구체적인 주어가 빠진 문장이었지만 그 자리의 네 사람은 마츠다가 말한 이가 누구인지 단번에 파악했다.

"잠시 빌립니다~"

"아니…!"

카자미가 마츠다를 상대하는 사이 하기와라가 그의 귀에 걸려있던 무전기 이어폰을 잽싸게 가져갔다. 당황하는 카자미를 다테가 몸으로 막아서고 하기와라가 던진 이어폰을 마츠다가 받아 착용하는 것까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들리십니까. 저랑 얘기 좀 하시죠?"

[…….]

"안 들리나? 그럼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 마츠다.]

"뭐야, 상사되시는 분은 어디 가고?"

조용하던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 온 목소리는 모로후시의 것이었다. 당연히 후루야가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마츠다가 의아해했지만 모로후시는 대답하지 않았다.

"뭐, 상관 없고. 묻고 싶은 게 많은데 말이야."

[…….]

"나한테 도면을 보여준 이유가 뭐야?"

역시나 잠잠한 건너편에 마츠다는 푹 한숨을 쉬었다. 대답할 마음 없어 보이네. 이따 보자. 그 말을 끝으로 마츠다는 이어폰을 다시 카자미에게 던졌다.

겨우 다테에게서 빠져나온 카자미가 이어폰을 받고 가벼운 묵례 후 수사 1과 사무실을 나갔다. 마츠다와 하기와라도 곧이어 퇴근하고 시끌벅적하던 다테의 주변이 그제야 잠잠해졌다. 한바탕 날카로운 언사들이 오가던 상황에 신입 형사는 주변 공기가 얼어 붙은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덩달아 긴장해있었다. 심각한 얼굴로 남은 업무를 정리하던 다테의 눈치를 보다가 분위기를 풀어야 한다는 신입의 사명을 갖고 용기 내 다테에게 말을 걸었다.

"저… 선배, 괜찮으세요?"

"응? 뭐가."

"방그읍,"

"아무 것도 아니다. 이제 그만 퇴근해. 저녁 약속 있는 거 아니야?"

"어, 가야지. 그럼 마무리 부탁한다."

시계를 확인한 다테가 겉옷과 가방을 한 손에 대충 챙겨 들고 나간 뒤에야 다른 선배에게 막혔던 신입의 입은 자유를 얻었다. 왜 그러셨냐는 눈빛에 선배는 손을 휘휘 저으며 자리로 돌려보냈다.

"원래 저런 사람들이야. 신경 쓰지 마."

"저런 사람들이란 게… 싸움을 밥 먹듯이 하시는 분들이라고요?"

"이게 돌았나. 싸운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싸운 게 아니라고요? 근데 아까 분명 이따 보자고 하시던데……."

"어 이따 저녁 같이 먹자고. 나도 많이 속았다."

그 다섯 명은 전원이 각자의 분야에서 엘리트 자리를 맡고 있다 하여도 가히 과언이 아니다. 본인의 자리에서 해내야 할 것들이 있으며 각자의 사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가끔 그것들이 상충할 때가 있는데 바로 오늘 같은 경우이다. 아무리 친구라 할지라도 쉽게 물러서지 않고 제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경찰로서의 역할을 전부 해내 왔다. 선배가 봐 왔던 다섯 명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한 걸 보면 일은 일로만 여기는 걸 수도 있겠지. 프로페셔널한 거야. 아니면 그 정도로는 절대 안 무너지는 신뢰가 있거나."

"… 대단한 분들이셨네요."

 

*

 

"그래서 뭐냐고! 나한테 도면 왜 보여줬냐고!"

"말 못 한다니까!"

"밥상머리에서 소리 지르지 마라."

"앗, 모로후시 쨩! 이거 맛있다!"

"그래? 다행이다."

마츠다와 후루야의 말싸움을 다테가 중재하고 한 공간에서 다른 주제의 대화를 하는 하기와라와 모로후시의 모습은 그들의 일상적인 저녁 식사 장면 중 하나였다.

"다 끓었다. 제로, 그 쪽에 국자 좀 줄래?"

"내가 떠 줄게. 그릇 줘 봐."

"하여튼 우리랑 공안이랑 뭐 있는 건 확실하다니까."

그러게 말이다. 마츠다의 맞장구를 무시하며 후루야는 마지막으로 마츠다 몫의 스튜를 떠서 건넸다. 그릇을 받아 들고 스튜를 한 입 먹자마자 맛있다고 외치자 후루야도 뿌듯한 얼굴로 식사를 재개했다.

"이거 완전 해장 느낌인데. 우리 술 안 마셔?"

"냉동실에 넣어놨어. 지금 꺼내면 딱 좋겠다."

"마실 사람 거수. 오케이 다섯 명~"

만나기만 하면 다시 경찰학교 시절로 돌아가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을 때의 모습을 아직 경시청이나 경찰청의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 만약 선배가 이 모습을 본다면 신입에게 말해주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정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확실하게 짚어낸 한 가지는 그들에겐 절대 무너지지 않을 신뢰가 있다는 것. 그것만큼은 의심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뭐였냐니까.

… 히로. 나랑 자리 좀 바꿔줘.

하하. 마츠다, 이제 그만 괴롭혀주라.

끈질긴 자식, 말하면 편해질 텐데.

오~ 진페이 쨩 방금 좀 악당 같았어.

누가 누굴 보고 끈질기대.

안되겠다, 하기. 다음 주에 포와로 가자.

좋지!

나도 가야지. 다음엔 나탈리랑 갈까.

일 해, 경찰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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