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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written by. 뭉즈

"타임캡슐?"

 

"응. 10년 뒤에 다 같이 열어보면 재밌을 것 같지 않아? 편지도 쓰고 사진이나 소중한 물건 같은것도 넣고."

 

"꽤 구체적이네. 재밌겠다. 애들 불러서 할까?"

 

.

 

졸업식까지 일주일. 하기와라의 방에 다섯이 모였다.

 

"각자 옆에 사람한테 편지 쓰는 거다?"

 

아, 뭐 쓰지. 욕 써도 돼? 같은 말들이 오갔다. 문방구에서 산 색종이 안쪽에는 편지, 바깥쪽에는 이름을 적었다. 신나게 떠들면서 적었는데도 종이는 금세 채워졌다.

 

"빨간색에 쓰니까 잘 안보이는데?"

 

후루야의 말을 뒤로하고, 나중에 보면 오글거리지 않겠냐는 말에 그런재미라며 색종이를 접었다. 색종이 크기가 작은 탓인지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 의견은 바로 수용되어 색종이를 하나씩 더 집었다.

 

이번에도 시끄럽게 떠들며 적었지만, 빠르게 완성되지는 않았다. 방금과 다르게 어떻게 써도 나중에 보면 부끄럽겠다 라며 웃는 이와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도 있었다. 시간이 비교적 꽤 흐른 뒤, 색종이를 전부 비슷한 크기로 접어 자신의 이름을 쓰고 상자에 넣었다. 큰상자를 가져와 그런것인지 상자 안이 초라해보였다. 이번에는 소중한 물건을 넣자는 의견이 나와 각자 방으로 향했다.

 

.

 

"어디 묻을지 생각 해놨어?"

 

"아니."

 

마츠다의 당당한 대답에 후루야가 어이없는 듯 쳐다보았다. 대답을 들은 이들이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모로후시쨩 형님 집으로 보내버릴까? 10년 뒤까지 못열게 막는거지."

 

"너무 민폐같은데?"

 

"아니면 경시청 앞이라던가."

 

"경찰 되기도 전에 잡혀가겠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타임캡슐을 묻기 적합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정말 히로미츠의 형댁으로 보내기 직전에 후루야가 말했다.

 

"그냥 뒷산에 묻으면 안돼?"

 

"제로, 천재야?"

 

마침 뒷산에는 큰나무가 한그루 있었고 전부 길을 알았기에 타임캡슐을 묻기 딱 좋은 장소였다. 왜 진작 생각을 못했지, 라며 대표로 나갈 둘을 뽑기 위해 사다리타기를 하기로 했다.

 

대표로 뽑힌 하기와라와 마츠다가 겉옷을 챙겨입고 방을 나섰다.

 

"아 추워"

 

"그러게"

 

편지가 든 상자는 경찰학교 뒷산에 있는 큰 나무 앞에 묻기로했다. 둘은 평소처럼 말을 주고받으며 걷다보니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하기와라가 왜 있는지 모를 어린이용 삽을 꺼내 땅을 파기 시작했다.

 

"진페이쨩, 편지에 뭐라고 썼어?"

 

"딱히 별 내용 없어."

 

"재미없네."

 

이후로도 수다를 떨며 땅을 팠다. 땅을 적당히 다 판 후, 상자를 넣고 흙을 다시 덮었다.

 

.

 

돌아갈 땐 올라갈 때보다는 여유롭게 내려갔다. 이야기를 하는 입은 멈추지 않았다. 10년 뒤에는 어떤모습일지, 무슨 일을 할지 이야기를 하다보니 금방 방에 도착했다. 재미있는 대화주제였나보다.

 

"너네 열어본거 아니지? 재미없게."

 

"너 우리 못믿어?"

 

후루야의 표정이 순간 변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마츠다도 후루야의 표정에 불만이 있어보였지만 넘어간 듯 했다.

 

.

 

그 후로 시간이 지난 후 다같이 모여 타임캡슐을 열어보기로 했다. 얼마 전, 하기와라와 마츠다가 옛날이야기를 하다 타임캡슐 이야기가 나온게 계기였다.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테와 후루야, 히로미츠에게 연락을 돌렸다. 7년 정도 지났지만 10년 후에는 정말 까먹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약속장소인 경찰학교 앞으로 향했다. 다테와 하기와라가 먼저 도착한 후 마츠다가 도착했다.

 

"마츠다, 못본새에 느낌이 달라졌는데?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겼어?"

 

"반장, 정답!"

 

"하아? 아니거든!"

 

농담을 주고받다보니 뒤늦게 후루야와 히로미츠가 도착했다. 오랜만에 다섯이 모여 수다를 떨다 다테가 슬슬 출발하자며 말을 꺼냈다.

 

"이제 슬슬 가야하지 않겠어?"

 

"그렇지."

 

산을 오를때에도 할 이야기가 어찌나 많은지 다섯의 입은 쉴 틈이 없었다. 서로가 바빠 일상을 공유할 시간이 적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후 도착한 나무 앞은 어색할정도로 그때와 변한게 없는 모습이었다. 나무를 바라보던 마츠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이렇게 늙었는데 이 나무는 변한게 없네."

 

그 말에 웃는건지, 우는건지 아무말 없이 하기와라가 검은봉지 안에서 어린이용 삽을 꺼냈다. 하기와라가 삽으로 땅을파자 마츠다가 맨손으로 땅을 파냈다. 어느정도 땅을 파니 상자가 보였다. 하기와라가 상자를 꺼내, 열자 흙먼지가 떨어지며 상자가 열였다. 상자 안 색종이들을 확인한 후, 흙을 메꾸었다. 다섯은 나무가 만든 그늘 안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직접 읽을까? 재밌겠는데."

 

마츠다가 웃으며 제안하자 히로미츠가 부끄럽지 않냐며 물었다. 그에 다테가 편지에 뭘 썼는지 기억도 안난다며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들 잘 썼구나라며 하기와라가 웃었다. 결국 직접 읽기로 결정되었다.

 

사다리타기를 해 순서를 정했다. 옛날엔 종이에 그려서 했는데, 이젠 휴대폰으로하네. 옛날사람 티내지 마. 라며 순서를 뽑는 순간도 조용하지 못했다. 순서는 마츠다, 후루야, 히로미츠, 하기와라, 다테로 결정되었다. 첫번 째인 마츠다는 자신이 쓴 편지를 집었다.

 

"음, 보자. 후루야한테 썼다."

 

마츠다가 조금 빠르게 읽어내렸다. 부끄러운 이야기는 안쓰겠다고 했었지만, 첫 순서는 부담이되는 듯 했다. 내용은 정말 별게 없었다. 다만, 욕이 조금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욕이 절반이구만."

 

"재미없어~ 다음 누구야?"

 

"나, 히로한테 썼어."

 

마츠다와 다르게 후루야는 천천히 읽어나갔다. 또 마츠다와 다르게 욕보단 좋은 말이 대부분이었다.

 

"이거 아주 칭찬밖에 없어? 누구랑 다르게."

 

"모르겠고 다음."

 

"나, 하기와라한게테 썼네."

 

히로미츠도 부끄러워하며 읽었다. 고마워나 잘부탁해 같은 좋은 말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히로미츠가 읽을 때엔 오오 라거나, 지금까지 제일 평범하다며 웃었다.

 

"좀 부끄럽네."

 

"감동이야, 모로후시쨩"

 

"다음 하기지? 반장한테."

 

하기와라가 대답하며 종이를 펼쳤다. 하기와라의 편지에는 히로미츠와 비슷한 고마워 같은 말도 들어있었고, 후루야와 진페이가 항상 싸우지만, 같은 장난스러운 말도 들어가있었다.

 

"어이, 반장이야기보다 우리 싸운이야기가 더 많지 않아?"

 

"그야 항상 반장이 말렸으니까."

 

"시끄럽고, 나 읽는다?"

 

다테가 마츠다에게 쓴 편지에는 쌈박질 좀 적당히 하라같은 장난스런 말이 가득했다. 조용히 듣고있던 하기와라와 히로미츠가 웃었다. 마지막에는 같이 있으면 즐겁다며 훈훈하게 끝냈다.

 

"왜이렇게 좋은 말들이 많아? 내가 뭐가 되는데."

 

마츠다가 계속 듣다 웃으며 말했다. 편지내용으로 한참 수다를 떨다 다음 차례인 소중한 물건을 꺼내보았다.

 

작은상자에는 물건을 넣을 공간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물건은 색종이 아래 깔아놨었다. 그렇기에 아까 편지를 꺼냈을 때 어떤 물건인지 대충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진 누구꺼야?"

 

"내꺼. 추억돋지않아?"

 

"응, 그러네."

 

후루야가 가져온 사진은 경찰학교 앞에서 다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졸업할 시기라 찍었던 것같다. 하기와라가 사진을 확인한 후에 감탄사를 내뱉으며 상자를 뒤적거렸다.

 

"명찰? 모로후시쨩 꺼네."

 

"응, 무슨생각으로 넣은지 기억은 안나지만 지금보니까 옛날생각난다."

 

"뭔가 멋진데? 나 뭐넣었더라."

 

마츠다가 히로미츠를 보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하기와라는 상자안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앗, 소리를 내며 집어든 물건은 드라이버였다.

 

"드라이버, 진페이쨩 거 맞지?"

 

"아, 맞을걸. 항상 들고다녔던거니까."

 

"마츠다 다워"

 

히로미츠가 웃으며 말했다. 타임캡슐 드라이버를 넣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거라고, 다같이 웃었다. 하기와라도 따라 웃으며 몇 안남은 물건을 꺼냈다. 검은 머리끈 두 개였다.

 

"하기와라 물건이지?"

 

"응, 아마 네 개 넣으려고 했는데 그 때 써야해서 안넣던것 같아."

 

하기와라가 비하인드를 풀자 또 다같이 웃었다. 이제 반장만 남았다며 후루야가 상자를 들여다 보았다.

 

"반장 물건도 사진이네. 오, 제수씨 사진이잖아?"

 

후루야가 사진을 들며 말하자 주변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다테가 로맨틱하다고 이야기하는 제 친구들을 진정시킨채 말을꺼냈다.

 

"다 본거지? 저녁이나 먹고가자."

 

바쁘다는 하기와라였지만 곧 이어진 내가살게 한마디로 다섯 전부 수락하게 되었다. 산을 내려가며 올려다본 하늘은 어느새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다테가 데려간 식당에는 나탈리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설마라며 놀라는 친구들에게 다테와 나탈리는 청첩장을 하나씩 쥐어주었다.

 

.

 

오랜만에 친한 동기 다섯이 모여 옛추억을 꺼내고, 동기의 결혼소식을 들으며 저녁식사를 함께하였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하루였고 즐거운 하루였다. 다섯 모두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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