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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written by. 티라미쑤

“페이 짱!”

 

방문이 벌컥 열렸다. 4쌍의 눈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그럼 그렇지. 정리되지 않은 머리칼, 잠에 취해 초점을 잃은 눈, 아직 침대를 벗어나지 못한 몸. 문을 벌컥 연 그들은 고개를 저으며 마츠다를 일으켰다.

 

그들은 마츠다를 깨우고 그의 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제 슬슬 일찍 일어나지, 페이 짱?”

 

“그러니까. 또 뛰게 생겼잖아. 4분 남았어. 뛰어!”

 

레이의 말을 끝으로 5명은 경찰학교를 향해 전력 질주를 했다. 아무리 기숙사에서 생활한다지만 교실까지는 거리가 있었다.

 

“와, 그래도 안 늦어서 다행이다.”

 

문이 열리자마자 친 종소리를 배경으로 히로미츠가 말했다.

 

“간신히 들어온 주제에 뭐가 다행이냐?”

 

그들의 담당 교관인 오니즈카는 그들을 흘기면서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5명은 서둘러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들어가면서 궁시렁대는 마츠다를 한 대 친 건 다테였다.

 

 

 

오늘의 첫 수업은 5인방에게는 환영받지 않는, 조별 수업이다. 조별 수업을 할 때마다 레이와 마츠다의 의견이 달라서 항상 곤란했기 때문이다. 이 5인방의 비공식 보호자라 불리는 다테와 히로미츠는 모이면서도 불안한 눈으로 그 두 명을 바라보았다.

 

“제로, 마츠다. 이번엔 싸우지 말자. 알겠지?”

 

“그래, 너희 싸우는 걸 막을 때마다 1년씩 늙어가는 거 같아.”

 

“뭐? 레이, 마츠다! 다테를 힘들게 하면 안 되지!”

 

히로미츠와 다테 그리고 하기와라가 별생각 없어 보이는 레이와 마츠다에게 한마디씩 말하며 책상을 붙였다. 하지만 이 말을 매번 듣는 그들은 이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주제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시작하자 나머지 3명도 질 수 없다는 듯 토론에 참여하면서 이 수업의 담당 교관을 흐뭇하게 했다. 물론 열심히 참여하는 만큼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길고도 짧았던 조별 수업이 끝나면 그들을 반기는 건 지옥의 체력 훈련이었다. 따뜻하면서도 선선했던 봄이 아닌 찌는 듯한 더위와 습기로 가득 찬 여름의 체력 훈련은 운동을 제일 잘한다는 다테마저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별수 있나? 그들은 경찰학교 학생이고 체력 훈련은 필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니즈카 교관이 교장 5바퀴를 3바퀴로 줄여주었다는 점이다. 고작 2바퀴에도 그들은 아이같이 행복해하면서 뛰기 시작했다.

 

“하기와라 더 빨리 안 뛰어?”

 

“내가 너희 같은 괴물인 줄 아냐!”

 

“우리가 왜?”

 

마츠다와 다테, 레이는 하기와라한테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저들끼리 내기를 하기 시작했다.

 

“제일 늦는 사람이 오늘 매점 쏘기! 내가 다 털어가 주마.”

 

“뭐? 내가 질 거 같아?”

 

“오늘 더운데 비싼 아이스크림 좀 먹어야겠다.”

 

마츠다, 레이, 다테는 이 대화를 끝으로 내기에 이기기 위한 전력 질주를 했다. 이를 보는 하기와라와 히로미츠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가끔 보면 반장도 참 어려.”

 

“아무래도 마츠다가... 제로와 반장을 유치하게 만든 거 같지?”

 

“주변 애들까지 어리게 만드는 게 우리 페이 짱 매력이긴 하지.”

 

그들은 뒤처지지도, 앞장서지도 않으면서 사담을 했다. 근데 쟤네들이 하는 내기에 우리도 포함인가? 라는 하기와라의 질문 전까지는. 히로미츠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미안이라는 한마디와 함께 앞서간 3명처럼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히로미츠! 히로! 잠깐 기다려!”

 

아, 망했네. 하기와라는 땀에 젖어 찰랑거리는 앞머리를 넘기면서 생각했다. 지금 돈이 얼마나 남았더라?

 

 

 

 

“이걸 다 먹을 수는 있는 거야?”

 

“몰라? 정 안 되면 나중에 먹지 뭐.”

 

“와... 페이짱 그러기야? 진짜 히로미츠랑 레이밖에 없다.”

 

하기와라는 지갑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이 괴물들. 내가 돈 별로 없는 거 알면서! 하기와라는 초코우유 한 개만 고른 히로미츠를 붙잡고 우는 소리를 냈다. 히로미츠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그를 토닥였다. 괜찮을 거야, 아마도?

 

“고맙다. 정말 힘 나네. 난 반장마저도 이렇게 많이 시킬 줄은 몰랐어.”

 

“하기와라가 쏘는 건데 기회 생겼을 때 많이 얻어먹어야지.”

 

“맞아, 나중에 아무것도 안 고른 레이는 나중에 후회할걸?”

 

레이와 히로미츠는 마츠다의 말에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흰 너무 양심이 없어. 히로미츠의 말은 덤이었다.

 

“그러니까, 히로. 너희 진짜 너무한다. 내가 사준 적 없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얻어먹는 게 흔하지 않긴 하잖아?.”

 

“됐어! 이제 내기 안 할래!”

 

소리치는 하기와라를 뒤로하고 마츠다는 양손에 과자를 가득 안고 교실을 향했다. 다테와 히로미츠는 그런 하기와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마츠다의 뒤를 쫓았다.

 

 

 

“뭐야, 마츠다. 너 지금 뭐 해?”

 

마지막 수업 때 얌전히 있지 못한 마츠다의 작은 장난으로 화장실 청소를 함께하게 된 레이가 마츠다에게 다가갔다.

 

“응?”

 

레이의 눈이 마츠다의 손을 향했다.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를 부품들, 그리고 웃고 있는 마츠다를 보며 레이는 깨달았다. 사고를 쳐서 청소하러 와놓고 또 사고를 쳤네.

 

“믿는다, 마츠다.”

 

“음...”

 

내가 저 고집불통을 어떻게 말려. 마츠다의 근처에 있다가는 같이 사고를 칠 것 같은 하기와라를 끌고 레이는 멀리 떠났다.

 

“반장! 저기 마츠다 좀.”

 

“야, 마츠다! 너 정말!”

 

웃음기를 머금은 채 마츠다를 향하는 것을 본 레이와 히로미츠는 하기와라를 데리고 청소하기 시작했다.

 

“저기 얘들아? 나 좀 놔줘.”

 

“싫어.”

 

“놔뒀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단호한 레이와 히로미츠에 아쉬움 가득한 눈으로 마츠다를 바라보았다. 그런 걸 할거였으면 날 불렀어야지 페이 짱. 그런 생각을 하는 그를 레이는 다가와서 머리를 살짝 쳤다.

 

“청소나 해라. 화장실은 왜 이렇게 더러운거야.”

 

“근데 우리가 청소하게 된 건 페이 짱 때문인 거 아냐?”

 

“그건 맞지... 근데 마츠다는 사고 수습부터 해야지.”

 

“대체 화장실에서 사고 칠 게 있나? 어떻게 사고를 치는 거지?”

 

레이는 다테에게 혼나는 마츠다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쟤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꼈지만 정말 이상해.

 

 

 

 

“다시는 화장실 청소 안 할래.”

 

“네가 사고만 안 치면 안 하지 않을까 마츠다?”

 

히로미츠는 친절하게 마츠다를 일깨워주었다. 마츠다는 웅얼거렸다.

 

“내가 매일 사고 치진 않거든?”

 

히로미츠는 그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거의 매일 사고 치지 않았나? 히로미츠의 마음을 읽은 건지 마츠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하기와라도 나랑 같이 사고 치잖아!”

 

“그래 그건 맞지.”

 

“저번에도 둘이 무슨 실험 하겠다면서 세면대 물 넘치게 했었잖아.”

 

“에이 왜 그래. 그땐 잘 넘어갔잖아.”

 

하기와라는 말끝을 늘리며 다테에게 붙었다. 다테는 하기와라의 말에 동의한다는 웃음을 보이며 그를 밀어냈다.

 

“반장, 나를 밀어내는 거야 지금?”

 

다테는 또다시 웃으면서 그를 밀어냈다. 무언의 인정이었다. 하기와라는 터덜터덜 마츠다에게로 갔다. 마츠다는 그런 하기와라를 받아주었다. 오, 저게 소꿉친구의 경력인가? 다테가 마츠다와 하기와라를 보며 중얼거렸다.

 

“자자, 이제 청소 끝난 거지?”

 

다테의 말에 히로미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 거 같은데.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청소하느라 힘들었잖아.”

 

“엄청 힘들었어.”

 

“페이 짱은 청소도 우리보다 늦게 시작했으면서.”

 

“그래도 열심히 했거든?”

 

“정말로?”

 

레이가 마츠다를 흘기며 말하자, 히로미츠는 곧 싸울지도 모르는 둘의 사이에 끼어 다시 주제를 돌렸다.

 

“그래서 다들 밥 뭐 먹고 싶은데?”

 

“난 히로가 만들어주는 거 먹고 싶어.”

 

“오, 히로나리의 요리라. 아직 안 먹어봤는데 궁금한데.”

 

“히로미츠가 요리한다고?”

 

“히로미츠 요리 궁금한데.”

 

레이의 말에 마츠다와 다테, 하기와라가 놀라며 반응했다. 보통은 학교 급식이나 주변 식당에서 해결해서 히로미츠의 요리를 먹어보지 못한 다테와 하기와라, 마츠다는 놀랐다.

 

“뭐야, 너희 아직 히로가 만들어준 음식 안 먹어봤어?”

 

“난 히로가 요리를 할 수 있는 줄도 몰랐어!”

 

“아냐 근데 히로의 손재주를 보면 요리를 잘할 거 같긴 했어.”

 

“그럼, 오늘은 히로나리의 음식으로!”

 

“히로 괜찮아?”

 

흥분한 아이들을 뒤로한 채 레이가 조용히 히로미츠에게 물었다. 히로미츠는 쑥스러운지 약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물론이지! 근데 뭔가 부끄럽다. 열심히 만들게.”

 

그렇게 해서 이들은 히로미츠가 만들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사기 위해 식료품점을 갔다. 오랜만에 집밥을 먹고 싶다는 마츠다의 의견으로 저녁 메뉴는 볶음밥이 되었다.

 

“볶음밥 좋지. 그럼, 이제 재료 사자!”

 

이건 어때? 이건? 간식을 사러 온 적은 많았지만, 요리에 쓰일 재료를 사러 간 건 히로미츠와 레이를 제외하곤 처음이어서인지 다들 신이 났다.

 

“마츠다, 소고기 내려놔.”

 

레이의 말에 마츠다는 아무것도 모른 척 고기를 내려놓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거의 소리 반, 공기 반이었지만.

 

이 외에도 마츠다와 의외로 다테가 이상한 재료들을 집는 걸 막으면서 쇼핑을 끝마쳤다. 이들은 곧장 기숙사에 있는 주방으로 갔다.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꽤 커서 없는 조리도구가 없었다.

 

히로미츠는 조수 레이를 데리고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마츠다와 다테, 하기와라도 돕기를 원했지만 결국 조수가 된 건 하기와라뿐이었다. 마츠다는 준비하다가 사고 칠 거 같다는 이유로, 다테는 초반에 돕다가 사고가 날뻔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테가 요리를 못할 줄은 몰랐어.”

 

“오늘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되네.”

 

다테와 마츠다는 히로미츠를 돕지 않는 대신 요리를 하는 그들을 구경하며 잔심부름을 했다. 그렇게 해서 히로미츠의 볶음밥이 나왔다.

 

“완성!”

 

“오, 양이 많네?”

 

“너희가 많이 먹을 거 같아서.”

 

“그럼, 한번 먹어볼까?”

다테와 마츠다, 하기와라가 볶음밥을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아무 말이 없는 그들에게 히로미츠가 조심히 물었다.

 

“어때?”

 

그의 요리를 계속해서 칭찬했던 레이까지 같이 긴장하면서 그들의 대답을 기다렸다. 다테와 하기와라, 마츠다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동시에 엄지를 올렸다.

 

“히로미츠, 이런 솜씨가 있었으면 진즉 해주지!”

 

“히로나리, 가끔 부탁할게.”

 

“이거 너무 맛있다, 자주 해주라!”

 

다테, 마츠다와 하기와라의 칭찬에 히로미츠는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대답에 안도한 또 다른 사람, 레이는 그제야 천천히 볶음밥을 먹기 시작했다.

“히로, 이제 먹자. 너희도 빨리 먹어. 안 먹으면 내가 다 먹는다?”

 

“뭐? 그건 안되지, 네가 우리한테 양보해!”

 

하기와라와 마츠다, 다테, 히로미츠, 그리고 레이의 대화 소리는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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